[2000년 3월, ‘은빛 초보자 사제단’의 기적]

[2000년 3월, ‘은빛 초보자 사제단’의 기적]

[2000년 3월, ‘은빛 초보자 사제단’의 기적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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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0년 3월, 팝리니지에 한 줄짜리 짧은 글이 올라왔다.
“저처럼 초보인 사람 도와주실 분 있나요…?”
글에는 단 한 개의 댓글만 달려 있었다.
“내일부터 같이 다닐래요? 난 힐만 잘함.”

그렇게 시작된 둘의 만남은 곧 팝리니지에서 작지만 따뜻한 물결을 만들어냈다. 댓글을 단 유저는 자칭 ‘힐러 인생 3년차’였고, 초보 유저에게 필요한 건 전투력이 아니라 조언과 배려라고 말했다. 이 이야기를 접한 다른 유저들도 팝리니지를 통해 동참 의사를 밝혔다.

몇 명씩 모이던 사람들이 열 명을 넘기자, 자연스럽게 이름이 붙었다. ‘은빛 초보자 사제단’. 이들은 고수나 전투 위주 활동과는 거리가 먼 유저들로, 힐, 버프, 길 안내, 채팅상담 같은 활동만을 담당했다.

팝리니지에는 매일 사제단 활동 일지가 올라왔다.
“오늘은 한 유저가 길을 헤매다 사제단을 만났고, 그의 첫 사냥터 데뷔를 함께 축하했다.”
“장비가 없던 초보가 우리 힐 덕분에 무사히 귀환했다.”
이런 내용은 유저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.

입소문은 금세 퍼졌고, 초보 유저들이 사제단을 찾기 시작했다. 그들은 마치 마을의 수호자처럼 행동했고, 때로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유저들의 접속 이유가 되기도 했다. 한 유저는 팝리니지에 글을 올렸다.
“힘든 하루였는데, 사제단과 함께하면서 위로받았습니다.”

팝리니지에서는 그들의 활동을 칭송하는 글들이 이어졌고, 급기야 한 디자이너 유저가 사제단 전용 로고를 만들어 게시판에 공유하기도 했다. 사제단은 이를 공식 엠블럼으로 사용하며, 명실상부 리니지의 힐러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되었다.

어느 날, 오랜 시간 활동하던 사제단의 한 멤버가 팝리니지에 마지막 글을 남겼다.
“현실 사정으로 접속을 못 하게 됐어요. 모두 잘 지내요. 그리고… 초보자에게 먼저 다가가 주세요.”
댓글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“잊지 않겠습니다”, “당신 덕분에 리니지가 따뜻했어요”라고 남겼다.

그 이후로도 사제단은 이어졌고, 몇 번의 이름 변경과 리더 교체를 겪었지만, 초보자 지원 활동은 계속되었다. 매년 3월, 팝리니지에서는 ‘은빛의 날’이라는 이름으로 사제단의 시작을 기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.

이 모든 감동은, 아주 작은 댓글 하나에서 시작되었다. 그리고 그 이야기를 세상에 알린 것도, 잊지 않게 해준 것도… 언제나 팝리니지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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